[2019-11-12] 자본의 종말

**본 글은 타 블로거 글에 영감을 받고 작성하였습니다.


1) 막연한 불안감
나는 남들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 조금 더 민감했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않다. 이 막연한 불안감에 다양한 시도와 상상(망상?)을 했고, 결과적으로 그 시행착오가 나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

내가 처음 금융기관에 입사할때, 난 내 직장커리어의 시작이 실패라고 예단했다. 리테일 금융회사란 수동적이고 형식적 기준을 답습하는 따분한 곳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13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내 생각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걸 깨달았다. 대기업은 일반소비자 관점에서 보았던 것보다 내부적으로 훨씬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회사는 내부공모제도로 직무이동 기회가 상당히 열려있는 편이었다. 타 재벌기업과 다르게 엘리트조직에 대한 강박이 덜하고 과거 상대적으로 저학력 인력이 임원진에 많이 포진해있는 것도 이유인것 같다. 영업출신인 내가 IT직군으로 이동하는 것조차도 이 조직은 관대했다.

지점에서는 직무연관성(대출) 때문에 다양한 부동산을 심사평가할 기회를 가졌고, 나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부동산업으로 옮겨갔다. 특히,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산규모도 중요하지만 매월 일정금액의 현금흐름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상가월세를 받으며 거주도 할수 있는 상가주택 형태의 부동산에 한때 몰입하기도 했다.

나는 무엇이 그토록 불안했던걸까?


2) 4차산업혁명의 허구
4차산업혁명이 정말 인간의 미래를 바꿀까? 내대답은 "그렇다" 이다.

하지만 나의 노후와 큰 관련이 있을까? 라고 자문해보면 그건 또 아닌거 같다.

5년전 내가 지금의 IT관련 조사팀 (연구조직을 표방했지만 당시엔 미약했다.) 업무를 시작할즈음 슬그머니 등장하여, 곧 세상을 다 갈아치울것처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기술들..

이 기술들은 아직 우리 삶에 대한 영향이 미비하거나 일부는 여전히 복장 터지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특히 인공지능ㅠ, 의외로 클라우드는 개발자 영역에서 꽤 많은 의미와 진보가 있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얼마나 체감할까?)


3) 자산과 현금흐름
향후 수도권 아파트 수급상황을 고려할때 일반인들도 2025년까지는 무난하게 자산을 불릴 수 있는 황금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한옥이라는 새로운 주거형태를 고민하는 나로서는 이 흐름에 적극적으로 편승해야하나 여전히 고민중이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자산을 불린다한들 요즘같은 저금리기조가 유지된다면, (일본과 같은 장기 디플레이션+저금리 시기가 대한민국에 오지말라는 법도 없다) 과연 자산의 규모가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커졌다.

과거 Daum의 텐인텐카페라는 재테크커뮤니티가 유행한적이 있는데, (지금도 존재하긴함.) 이는 "10년안에 10억을 벌자"라는 의미의 네이밍이었다.

오늘날 10억의 가치는 얼마인가? 10억으로 매월 얼마의 현금흐름을 만들수 있을까?

우리가 꿈꾸는 (노동없이) 중산층 이상의 삶을 향유하기위해 대충 월 천만원정도가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월 천만원 수익을 부동산으로 생산하기위해 세금, 관리비 등 운영비용을 떼고 실수익률을 3%로 잡으면 대략 40억원 가치의 수익형부동산이 필요하다.

일반인이 거주용 주택외 추가적으로 40억원 부동산을 가지는 것이 과연 쉬운일일까?

설령 40억짜리 수익형부동산을 갖게되어 매달 천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 월 천만원의 가치는 계속 유지가 될까?

이처럼 자본은 생산성경쟁에서 이미 뒤쳐지고 있다.


4) 콘텐츠 플랫폼의 미래
산업혁명 이전의 세상에서, "높은 생산성"이란 몸이 튼튼해서 남들보다 더 무거운 짐을 나르고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노동자를 의미했다.

산업혁명 이후 돈을 적재적소에 잘 투자하는 자본가들이 생산성이 높다라고 인식이 경제를 지배했다.

불과 몇년전까지도 자본수익률이 임금상승률을 항상 앞지른다며 자본의 위상을 찬양했지만,(feat. 피케티) 자본은 아주 빠른속도로 쇠퇴기를 맞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저축보다는 소비.
자산보다는 현금흐름(cashflow).

그리고 우리가 과거 수백년간 목도했던 계급간 투쟁의 역사는 콘텐츠시장에서 재현되지 않을까?

스토리(Story)와 같은 콘텐츠가 없으면 소비가 일어나지 않고 수익도 나지 않는 세상 말이다.

특정계층이 콘텐츠를 생산하여 지속적이고 "가치하락없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반면, 그외 계층들은 그 콘텐츠를 소비하고 끊임없이 가난해지는 '콘텐츠 불평등(contents inequality)' 세상

요즘 어떤 모임을 가도 듣게 되는 주문같은 말이 있다.

"유튜브나 해볼까?"

오늘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콘텐츠플랫폼 시장을 독식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또 어떤 채널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나만의 이야기(story)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가? 새로운 채널에 신속하게 적응하여 콘텐츠를 전달(delivery)할수있는 스킬이 있는가?

아마 우리의 미래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같은
번쩍번쩍 도깨비방망이가 아닌,

개인의 특별한 경험과 깊은 사색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나의 불안감 센서가 격렬하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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