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주택 이사 프로젝트 #23(Feat. 교토에서 북촌의 미래를 보다)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반일감정이 한껏 높아진 이 시국에 주위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토여행을 다녀왔다.

반일감정과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나름 할말이 많지만, 이번 글에서는 말을 아끼려고 한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35년, 비공식적으론 도합 50년간 한반도와 우리 조상의 몸과 마음을 유린하였지만,

현대사회에서 그들의 서브컬쳐는 매우 높은 수준이며, 여전히 우리가 배울점이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교토는 일본의 여러도시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이며,나에게 많은 인사이트와 문화적 충일감을 주는 공간이다.

교토도 서촌/북촌, 경주, 전주처럼 전통 문화유산, 특히 전통가옥 보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곳이다.

한국어로 된 자료 중 작년말 종로구에서 다녀온 교토 출장보고서에 북촌-교토의 비교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교토의 전통가옥은 '교마치야(京町家)'라고 부르는데, 교토의 '교'와 상가주택의 '마치야'의 합성어라고한다.

번역하자면, '교토의 상가주택' 정도 되시겠다.




요로코롬 생겼다.

교토시도 서울시처럼 전통가옥 지정제를 운영하고 일정금액의 개보수, 수선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옥보전구역에  최대 1.8억(보조금0.9억+무상융자0.9억)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원하는데에 반해, 교토시는 기껏해야 1~3천만원을 지원하고있다.

국가 경제규모나 전통가옥 보전의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액의 지원금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진다.

왜 교토는 이렇게 지원금에 인색할까?

그 해답은 아래에 나온다.




"일본의 전통가옥은 
우리 한옥과 달리 복층으로 건축되어 있어...
1층은 대부분 근린시설로 활용되고, 
2층은 주거용도로 사용된다...
종로구의 인사동 형태와 유사하며...
근린시설에 대한 용도규제는 없다..."

서울시가 별도의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여
북촌을 8개지역으로 분류한뒤,
아주 세세하게 용도를 제한하고있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어)
이를 보전하기 위해 소요주들에게
거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상황인데 반해,

교토시는 용도제한을 아예 하지않아 집주인들이 전통가옥의 부동산가치(특히 상업가치)를 온전히 누릴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교마치야'의 본질이
1층 상업시설, 2층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
주상복합 건축형태인 것에 기인한다.

반면 우리의 한옥은 애초에 주거용 건축물이며, 서촌/북촌지역도 전통적인 주거지역이라서 교토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긴하다.

그렇다면 서촌/북촌도 지금처럼 지구단위계획으로 꽁꽁묶여서 주거지역도 ,관광지역도 아닌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민속촌'과 같은 어정쩡한 형태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북촌은 서울의 전통과 현재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뿐만아니라, 경복궁, 북악산, 북한산, 청와대, 광화문 스카이라인을 싱글뷰로 볼 수 있는 view point로서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다.

서울시도, 거주민도, 관광객들도 모두 이 사실을 알고있다.(다만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북촌의 주거가치 소멸'이 가져오는 정서적 파급효과가 당장 두려울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개 공무원들이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trend)이다. 서울시는 곧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여, 북촌을 변화시킬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밀려드는 관광객들에게 "제발 조용히해주세요" 라고 부탁하는 노란조끼 안내원들을 배치하는 코메디같은 상황도 멀지않는 장래에 끝날 것이다.



다만 교토가 기요미즈데라라는 거대한 상징물을 중심으로기요미즈자카, 니넨자카, 산넨자카 라는 명소가 포진해 있는 것에 반해,

북촌은 뭔가 강력한 구심점, 관광객들에게 어떤 목표점(target)이 될 수 있는 심리적 랜드마크가 없다는 것이 한계점이다.

(마블영화 수준의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지금의 감사원 자리에 기요미즈데라급의 관광포인트가 신축되거나 이전된다면, 서울시는 교토나 빠리가 부럽지않은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을 가지게 될것이다.

나는 기요미즈자카 거리에서 북촌의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나의 한옥주택 이사 프로젝트에도  약간의 변화가 필요해졌다.


댓글 1개:

  1.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重要伝統的建造物群保存地区)
    일본인입니다.
    일본의 역사적 · 전통적인 주택을 광역에 보존 ·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일본 국내에서 123 곳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참고로하십시오.
    https://www.youtube.com/watch?v=Oy9Ur_kL5EE&list=PLboztemxRGOpwydXZgdwt7qn601xnilZx&index=1
    https://www.youtube.com/watch?v=mHTmNcepzwQ&t=331s
    https://www.youtube.com/watch?v=rUlq4EVsSVc
    https://www.youtube.com/watch?v=OGhk3YC-I00
    https://www.youtube.com/watch?v=ePFguu9Bobs
    https://www.youtube.com/watch?v=oMb1mz2_uLg&t=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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