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이사를 공개했을때 주위사람들의 첫질문 중 가장 많았던 것이 "한옥은 겨울에 춥지 않느냐?" 였다. 특히 50대 이상의 가족/지인들은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라는 애처로운 표정까지 덧붙였다. 짧은 내 경험과 지식에 따르면 "한옥은 겨울에 춥다"라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말이다.
기본적으로 목조 단독주택인 한옥이 서로 단열쿠션 역할을 해주는 아파트에 비해서 열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옥은 (아파트에 비해) 춥다라고 할수있다. 하지만 다른 양옥단독주택에 비해 한옥이 반드시 춥다라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요즘 신축 혹은 대수선하는 한옥들은 시스템창호와 신식단열재를 시공하여 양옥주택 못지않은 단열성능을 보여준다. 심지어 지붕에도 수성연질폼 등 일반주택에 선호되는 단열재를 사용하여 한옥에서 특히 취약한 천장의 열손실을 보강하는 케이스도 보았다.
우리집의 경우 사랑채 공간은 글라스울 등으로 단열을 보강하였지만, (본연의 낡은 매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창호하나 건들지 않은 본채는 웃풍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름의 월동준비가 절실했다.
우리부부가 한옥에서의 첫 겨울을 대비해 소소하게 준비한 것들은 아래와 같다.
1)난방텐트+무선가습기
텐트는 캠핑장에서나 쓰는걸로 알고 있던 내가 실내에 텐트를 치게 될줄이야. 인테리어테러효과만 감수한다면 그 효과만큼은 확실히 기대이상이다.(흉칙한 외관과 다르게 내부에서 밖을 볼땐 은근 아늑하다. 후후) 물론 아직 혹한기가 오지 않아 100% 성능테스트를 했다고 볼수없지만, 현재로선 단열효과만큼은 정말 확실하다. 단점은 텐트 내부가 너무 건조해진다는 것인데, 마침 해당 제작사에서 전용 무선 가습기를 판매하고 있어서 고민없이 바로 주문했다. full충전시 4시간정도 유지되는 배터리조루지만 무선기능과 텐트 천장에 거치할 수 있는 점이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난방텐트+가습기 만족도: ★★★★☆(만점아닌이유: 알카에다급 인테리어테러효과)
2)카페트
본채는 웃풍이 있는 대신 바닥난방만큼은 콸콸 잘돌아간다. 그래서 열손실을 최소화하기위해 (유일하게 단문이 설치된) 대청 바닥에 카페트가 필요했다. 정말정말정말정말 많은 카페트를 서칭했다. 우리 부부의 동선이 가장많은 곳일 뿐만아니라 집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공간이기도해서 예산을 제법 크게 잡고 고르고 또 골랐다. 뻥좀 보태서 구글/네이버/인스타그램에서 rug, carpet으로 검색한 결과물은 거의 다 본것 같다. 최종적으로 국내 유명브랜드의 올해 신제품으로 결정했다. 고급스러운 컬러감, 튼튼한 모품질, 후면의 논슬립패드까지 디자인+성능을 모두 갖춘데다가 가격까지 착해서 예산을 꽤 많이 절감했다. 온라인몰의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다워서 대만족. 만족도: ★★★★★(볼때마다 밟을때마다 감탄연발중)
3)난방신발
수족냉증이 있는 와이프를 위해 보온효과가 있는 실내화를 찾다가, 열선과 무선충전방식 배터리가 내정된 신발을 발견했다. 아직 딱봐도 프로토타입 수준의 허접한 제품들도 있고 심지어 배터리없이 유선방식으로만 발열이 가능한, 기동성 떨어지는 제품들도 있었다. 그나마 제일 리뷰가 좋고 기본기능에 충실한 회사제품을 해외직구로 구입했다. 직접 수령해보니 발열성능은 준수한편이나, 양쪽 각각 1개씩의 소형배터리를 열선부와 직접연결했다가 충전시에는 빼고 충전기를 꽂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사악한 가격까지 고려하면 추천지수는 매우 낮아진다. 이쪽은 확실히 시장이 덜 성숙한 느낌이다. 만족도: ★★★☆☆(와이프만 행복하다면...)
4)극세사침구
우리부부의 침구취향이 가볍고 보온기능이 뛰어나다는 구스충전재의 차렵이불보다는 표면이 부들부들하고(와이프취향) 묵직한 무게감의 극세사이불을 선호한다(내취향). 역시 폭풍서칭으로 검색했지만 한옥의 단정한 인테리어를 고려했을때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어마어마한 인터넷검색이 무색하게도 최종적으로 용산 이부자리 오프라인매장에서 화이트-그레이가 오묘하게 뒤섞인 밍크촉감의 극세사이불세트를 구매했다. 가까이서 보면 약간 눈덮인 산처럼 보이기도한다. 현재 난방텐트와 안방 투톱을 이루며 우리부부에게 때로는 땀이 날정도의 훈훈한 잠자리를 제공중이다. 만족도: ★★★★☆(만점아닌이유: 얼핏보면 좀 할아버지 이불같..)
5)문풍지
뭐 뽁뽁이와 문풍지는 단독주택의 오래된 친구 아닌가. 특히 대청의 허술한 미닫이문은 군데군데 틈메우기가 절실했다. 하단부의 레일에는 털실형태의 문풍지를, 좌우로는 쿠션감있는 제품을 부착했다. 샤시도 아닌 목문이 뭐 얼마나 따뜻하겟냐만은 그래도 할수있는 최선은 다했다. 사실 대청 미닫이문은 입주수리때 2중 시스템창호로 교체 견적도 받았었다. 하지만 창호 한부분만 삐까뻔쩍한 새문을 달아서 고택의 빈티지스러움을 망치고싶지않은 마음에 실행으로 옮기진 않았다. 그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아직 추운맛을 못봤;;) 삼M에서 용도와 사이즈별 다양한 문풍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선택폭이 넓은 것이 장점. 만족도: ★★★★☆(문풍지에 별점수나 메기고 있는 내모습이 너무 처량해서 -1점)
6)그외
올해 대추나무 수확이 참 재미없었다. 솔직히 단 한톨의 대추도 열리지 않았으니 대흉작이라고 해야할까 ㅠ 덕분에 몇일전 계동 마실가는길에 우연히 만난 전주인 할머니께 본인이 아끼던 나무를 우리가 다 죽여놨다고 혼났다ㅠㅠ 나무도 사람처럼 애정과 관심을 받아야 잘자라는거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대추나무에 신경을 쓰기로했다. 우선 가을에 주면 좋다는 밑거름을 깔고 표면에는 땅이 얼지말라고 굵은 바크를 깔아줬다. 쓸데없이 영양분을 잔가지에 낭비하지않도록 전문가를 불러 전지작업을 했고, 녹화마대로 따뜻하게 몸통을 감아줬다. 대추나무야 미안해.. 내년엔 잘지내보자.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고나니 한옥에서의 첫겨울나기가 내심 기대(?)된다. winter is coming. yo.
저희집은 천장난방이 허술하고 벽체만 글라스울인데 이번 역대급 겨울한파에서 그럭저럭 버틸만 했습니다. 체감상 벽보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한기가 많이 느껴졌는데 말씀하신것처럼 천장에도 단열재를 충분히 넣는다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실수 있을것 같습니다. 여기서 따뜻하다는 것은 단독주택기준이지 양옆위아래 벽으로부터 이웃집의 난방효과를 간접적으로 받는 아파트의 따뜻함을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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