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0] 자율형 건물번호판 겸 현판 설치

 
단독주택은 한집에 1세대만 거주할 수 있기때문에 
현판이나 문패를 달아서 그 집의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단독주택만의 특권이라 생각한다.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과거 지금처럼 아파트거주문화가 대중화되기 전에 
도심의 폭발적인 주택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다가구, 다세대주택(빌라)을 집중적으로 지을때가
있었는데,(북촌에서는 원서동 빌라촌을 떠올리면될듯)

주택과 빌라가 혼재된 주거지역에서
내이름 석자(대개는 남자인 세대주)가 땋박힌 명패설치가
또다른 의미의 부의상징이었던 때도 있었다.

"문패는 한 가정 구성원의 대표 이름을 적은 것 이상이었다. 
그 당시에 사회 구성원들이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가족 중심 가치의 상징이었다. 
그것은 한 가족이 거기에 있다는 증표였으며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자기 영역 표시였다. 
한 지붕 아래에서라도 여러 식구가 모여 살고 있으면 
문패 몇 개를 한꺼번에 달기도 했다."
<출처: 조선일보 [가수 김창완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家長의 권위' 문패는 다 어디 가고… 아파트 동호수만 덩그러니>

김창완 선생님이 조선일보 기고문에 그때그시절
사회성을 잘 표현해주셨다.

옛날 드라마를 보면 반지하 전세를 전전하던 가족이
열심히 저금한 돈으로 단독주택을 매수한뒤
명패를 붙이고 온가족 삼겹살파티를하며
감격하는 장면들도 더러 나왔었다.

지금은 아리팍, 개래포같은 고가아파트에 
입주인증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우리는 당호 '선유재'가 담긴 현판이 필요했는데,
일반적인 한옥의 나무현판은 
외관이 개량된 우리집에 잘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우리부부의 개성을 담기에도 부족해보였다.

많은 서칭끝에 금속부식간판 제작업체를 찾았는데,
과거 편집샵 레퍼런스의 ㄱ(기역)자 간판을 참고하여
우리부부의 이름과 새도로주소도 넣어 제작을 의뢰했다.

현판 + 명패 + 주소판

3가지 기능을 담은 하이브리드 현판되시겠다. 후후

<업체가 찍은 선유재 현판, '仙'에서 사람이 도망갔다.>


구청에서 제공하는 기본디자인의 주소판 외
개인적으로 제작한 디자인을
'자율형 건물번호판'이라고 하는데,
사전에 민원24를 통해 제작도안을 승인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해당 구청의 부동산정보과로 민원이 이관되면
자율형 건물번호판 가이드라인에 맞는지
심사후 아래와 같은 통지서를 우편으로 발송해준다.

우리의 경우 행정착오로 인해 약 보름정도 소요되었다.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1주일이면 충분할듯)

<자율현 건물번호판 승인 통지서>

나이 마흔에 북촌으로 이사온뒤 
삶의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나의 가장큰 관심사는 
"우리부부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며 늙어가느냐"
이다.

누군가는 "낯간지럽게 오래된집에 뭔놈의 이름을 붙이고
친구인냥 불러대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대상(object)에 이름을 짓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거창하게 얘기하면 브랜딩의 첫번째 단계이자
우리부부가 늙어가는 과정 그 자체로서 가치를 가진다.

2020.11.26.

현판을 달았던 그날,
우리 부부는 이집의 역사에 한줄을 덧붙였다.


댓글 2개:

  1. 와... 현판이 집이랑 완전 찰떡이네요 :)
    구경갈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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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따뜻해지면 놀러와 맛잇는거 먹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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