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동산 여정(journey)

제목이 거창하지만 내용은 역시나 일기장같은 주절거림 모음




회동동 4층 상가주택

(그때 그곳의 많은 우리 부모세대가 그렇듯이) 물려받은 거라곤 가난과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 밖에 없었던 나의 부모님은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사를 하며 우리 5남매를 키우셨다.

부산 부전동, 범일동의 방 두어개가 딸린 상가 월세를 전전하다 마지막으로 정착하신 곳이 지금의 회동동 4층 상가주택이다.

여기서 오랫동안 중식업을 하시며 자식들 다 교육시키고 출가시켰으니, 그 곳은 부모님에게도 나에게도 너무나 고마운 공간이다.

당시 아버지는 지역농협 대출과 세입자 전세금 레버리지를 활용하여 무리하게 건물을 매입하셨는데, 이 상가주택에서 30년동안  (탐욕적인 임대인으로부터) 쫒겨날 걱정없이 한곳에서 오랫동안 단골만들며 장사할 수 있었던게(월세는 덤) 우리 가족들이 지금의 위치에 있게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을까



부산 부곡동에서 여의도까지

이 포스팅을 위해 페북 피드를 뒤져보니 내가 부곡동 대우아파트 24평을 구매한 것이 2012년 겨울이었다. 당시 결혼날짜가 임박한 것도 아니었고 사무실이 집에서 멀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지금 돌이켜보면 딱히 집이 절실히 필요했을 땐 아니었던거 같다.

그래도 신혼집이 될 확률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여친(지금의 와이프)과 부산 내에 조건이 맞는 아파트는 거의 다 둘러보고 열심히 공부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생애 첫 등기 후 페북에 자랑한 사진>

당시 매매가가 2.15억.

장기주택부금, 청약통장을 다 해지하면 내 자본금은 1억정도였다.
아파트대출이 60%까지 가능하던때라 박박 긁어 1.2억을 (우리회사에서ㅋㅋ)대출받아 무리해서 구매한 집이 1년 6개월 뒤, 서울로 발령날 즈음에 약 1억이 안되게 올라있었다.(약 40% 수익률 )

그리고 서울에서 구매한 (진짜) 신혼집이 3년만에 두배 넘게 올랐다.

결국 1억의 종잣돈이 6년만에 (대출포함) 10억정도의 부동산자산이 된거다.



운칠기삼

그럼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잘나고 똑똑해서 이룬것인가?

절대 아니다.

우리 회사에서 30세 전후에 결혼해서 신혼집을 (in Seoul 매매로) 장만한 지인들은 거의 그정도의, 혹은 그 이상의 자산증식을 이뤘다.

하지만 내가 구매했거나 구매를 고려했던 아파트들은 대부분 지역평균 혹은 더 높은 매매가 상승률을 보였다. 다행히 아파트를 고르는 내 안목이 영 꽝은 아니었나보다.

<단순히 오래되어서가 아니라 여의도는 곧 재건축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다시 주택으로

아파트는 돈많은 사람들이나 사는 곳이라고 알고 자란 나와,
평생 단독주택에서 태어나고 자란 와이프는 딱히 새아파트에서 살고싶은 욕심이 없다.(그래서 지금 재건축 아파트 소형평수에서 몸테크가 가능한지도)

오히려 이웃집으로부터의 담배냄새/층간소음에 냉가슴앓이를 하고, 같은동네 주민들끼리 묘한 경계감을 느끼게 하는 이 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우리에게 과연 맞는걸까? 라는 의문만 커지고있다.(물론 아파트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사할까말까. 늘 아리송하다.>



그래서 50년 가까이된 이 노후아파트가 삐까뻔쩍한 새아파트가 되면(아마 가격도 오르겠지), 미련없이 단독주택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남들처럼 마당에서 싱싱한 야채를 심고 친구들 불러서 BBQ파티를 하고 싶은 로망따위는 없다. 그저 내 집이지만 내집이 아닌거 같은 이 요상한 주거형태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의 공간에서 살고 싶은 작은 욕심이다.

내 주거생활 중에서 '현관문->아파트복도->엘리베이터->1층경비실->아파트출입구'로 이어지는 이 거추장스러운 동선을 제거하고 싶달까.

새는 하늘에서, 사람은 땅을 밟고 살아야한다.

<고층아파트 거주가 건강에 좋지않다는 기사> https://brunch.co.kr/@newurban/147



주말마다 남의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이유

이번주말도 요즘 서울시에서 '남촌'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마케팅하는 회현동과 독립문-북아현주택단지까지 다녀왔다. 부산촌놈들이 서울의 구석구석에 다양한 동네가 있다는 것도 배우고, 걷기운동도 하고, 부동산 인사이트까지 발견하니 1석 3조이다.

기본적으로 살기 좋은 곳을 찾지만 (혹시나 주택이 미워져서 아파트로 돌아갈수도 있으니) 기왕이면 자산증식도 아쉽지 않은 곳을 찾고 있다.

와이프랑 손잡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돌아다니다보니 곧 맘에 드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여정(Journey)이 끝날때까지 블로그에 기록하고 만약 기회가 된다면 책으로 출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다음 탐방 동네는 어디가 될까? 이제 우리 부부의 독특한 취미생활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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