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주택 인테리어 공사 #끝(랜선집들이)

1)개요

대상: 북촌 도심한옥 '선유재'
면적: 대지35평 건물22평
예산: 0000만원
기간: 약 3주+α
범위: 본채(조명, 도장, 한식붙박이장), 사랑채(전체), 실외화장실(전체)


2)소회

선유재 프로젝트는 나에게 3번째 인테리어 공사였다. 앞서 2번의 공사에서 겪었던 업체와의 크고작은 갈등들을 이번만큼은 재현하고 싶지않았다. 그리고 이 경험들을 통해 원만한 공사 진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 좋은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라는 것을 가슴 절절히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공사가 진행되면 현장의 상황에 따라 계약서상의 금액이나 기간이 조금씩 달라져 오해의요소가 발생한다. 그래서 건축가든 클라이언트든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상호신뢰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집을 구하는데 걸린 12개월이라는 기간동안 틈틈히 관련서적, 지인소개, SNS를 통해 다양한 업체들을 위시리스트에 담아둔 것이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어떤분야에서든 장인은 아름답다. 그리고 나에겐 존경의 대상이다. 놀랍게도 선유재 프로젝트는 소름 끼칠정도로 자기기준이 높은 전문가들의 향연이었다. 선한공간연구소에 우리집을 맡기게 된건 유명한 한옥대수선기 책을 통해서였는데, 소장님에게도 이 프로젝트는 FA데뷔무대였다고한다. 저자가 모 언론사 인터뷰에서  "집주인인 나보다 더 내 집에 애정을 쏟는 이분에게 어떻게 보답 해야할까" 라고 소장님에 대한 마음을 전했는데,  나도 정확하게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 우리의 난해한 요구들에 단 한번도 "이건 좀 어려워요"라고 난색하신적이 없다. 이것은 과거 내가 겪은 인테리어 업자들의 태도와 가장 다른지점이었다. 보통 공사 중후반이 지나가면 공사중단리스크로 인해 건축주가 업체에 끌려가기 싶다. 하지만 소장님은 마지막순간까지 아주 디테일한 요소들까지 사용자인 우리부부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수차례의 시뮬레이션도 마다하지 않았다. 과연 이토록 현장에 순수한 헌신을 다하는 건축가가 한국에 몇이나 있을까.  함께 집을 만들어가며 서로의 취향과 열정을 이해하는 통에 단순히 서비스제공자와 고객 관계가 아니라 이집을 매개로 한 든든한 동지 1명 생긴 기분이다. 부디 선유재는 소장님에게도 '우리집'이길 바란다. 


3)랜선집들이

촬영날짜만 잡으면 일기예보에서 비소식을 전했다. 무작정 미룰수가 없어서 가까스로 잡은 촬영일은 선유재의 자랑인 인왕산 풍경을 담기에 조금 아쉬운, 살짝 흐린 날씨였지만, 이는 촬영작가님의 노련한 기술(?)로 만회되었다. 

한달전 지상파 집소개 코너에서 촬영해간 영상보다 더욱 세련된 결과물이 나와서, 그리고 무엇보다 선유재 속의 우리부부 모습을 너무도 아름답게 남겨주셔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시공: @seonspace_lab(선한공간연구소)
촬영: @keemdg


댓글 12개:

  1. 몇일 전 우연히 블로그를 보고 포스팅해 주신 한옥 게시물들을 모두 정독하게 됐습니다.
    지금 저희 가족이 하고 있는 고민들을 미리 해 주신거 같아서 매우 흥미롭게 게시물들을 봤어요.
    간간이 제가 보러 갔었던 한옥들을 사진으로 올려주셔서 뭔가 모를 반가움도 있네요.
    사정상 북촌 한옥 라이프를 3년 후로 미루게 됐지만 그날을 기다리며 다시 가슴을 두근거기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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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터넷상에 이쁜 한옥사진들은 즐비한데, 저처럼 전재산 투재해 집한채 사야하는 서민입장에서 참고할 만한 정보가 많이 없었던 게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된 계기였습니다. 주절주절 일기장같은 공간이지만 흥미롭게 봐주셨더니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어떤 사정이신진 모르겠지만 3년 이후에 이웃이 되신다니 그때 다시 뵙겟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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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단순히 이쁘게 고친 집들이야 많지만 어떤 방식으로 살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시고 고민의 결과가 집에 녹아있어서 특히나 흥미로웠어요. 3년후에 동네 주민으로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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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주거형 한옥에서는 전통의낭만과 현대의편리함 이 두 요소를 잘 융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인것 같습니다. 3년 뒤를 기대하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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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스란님 단톡방을보고 이렇게 찾아왔네요:) 너무이쁘네요 ㅎ 혹시 통창부분, 사시면서 불편함이나 그런것은 없었을까요? 예를들어, 결로, 곰팡이 외풍같은 부분이요! 정말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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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갑습니다. 통창은 아직 기능적인 면에서 크게 불편함이 없습니다. 결로, 곰팡이, 외풍도 크게 느끼지 못햇네요. 다만 아무래도 단열재가 들어간 벽보다 열손실이 클것 같은데 사랑채 위치가 사시사철 채광이 잘되는 곳이라 11월 현재까진 보일러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혹한기 저녁시간 이후로는 좀 추울것으로 예상합니다만, 통창이 주는 개방감을 고려하면 감수할만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봅니다(아직까지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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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조선시대 경복궁에 근무하던 공무원들이 살던 곳. 과연 이 한옥이 서있는 자리에는 어떤 이들이 살다가 운명을 달리했을까? 아파트라는 곳에서 공중에 떠서 사는 이들에게는 이 시대 이전에 이 곳을 거쳐간 사람의 자취는 미루어 짐작할 여지조차 없는듯...

      집을 짓고 싶어, 목조주택, 흙집, 한옥, 패시브 하우스, 조립식 주택 등등 이런 저런 책만 뒤지다 그책들은 모두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가고...

      집을 지으면 10년을 늙는다는데, 인터넷 회사 바꾼다고 사람부르는 일도 귀찮아 죽겠는데 한옥을 고쳐사는건 어떤 의미일지...

      공간에 대한 욕망, 그 공간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 그 욕망을 버리고자 하는 다짐 등등 하루에도 수십번 바뀌는 가치관들인데...

      한옥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주거 형태가 아닌 지금의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금만 너무나 큰 화두를 던져 주는 단어라고나 할까? 나만 그런가...

      여튼 이 운치있는 집...마당의 사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옥의 백미는 비 내리는 마당 아닌가 싶고(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블로그 잘 봤습니다.

      다음에 한번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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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혹시 집 찾기 위해 만나셨던 부동산 중에 괜찮은 분 소개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해외에서 귀국을 고려중인데 북촌쪽에 집을 알아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아서 찾다가 블로그를 보게 되어 혹시나 해서 댓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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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안녕하세요^^
    올리신 글 다 정독 해봤습니다.
    저또한 열심히 알아보다가 올리신 글을 너무 재미나게 보다보니 실례가 안된다면 저도 중개소 소개 받을 수 있을런지요.. 혹시 메일 주소로 보내면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호기로 알아보고 있는데 첫번째 관문인 중개소 컨택이 어렵네요..즐거운 오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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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녕하세요, 글 잘 봤습니다. 임장부터 입주까지 느끼셨던 감정을 저도 함께 느낀 것 같습니다. 막연한 동경과도 같은 한옥 생활인데.. 실행력과 용기가 대단하게만 느껴집니다. 집 너무 예쁘네요. 다시한번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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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한옥 리모델링 계획중이라 올려주신 글 찬찬히 열심히 보고있네요^^
    리모델링 공사도 공사지만 소품들, 가구들 고르시는 안목이 대단한거 같네요^^
    거실테이블이 대구 공방의 소반이라니.. 소반하나 장만하고 싶었는데 좋은 아이디어 얻어갑니다^^

    혹시 가능하시다면 흔들의자 구매처와, 화장대 구매처 알수 잇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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