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5] 여의도 벚꽃의 기억
우리집앞 도로에도(여의동로)
수령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제법 많은 벚나무들이 심어져있어
여의도의 숨은 벚꽃명소로 소개되고 있나보다.
(A.K.A 윤중로가 가장 인기 스팟)
지난주 일요일 저녁 마실 때
이제 막 피기시작하는 벚꽃을 발견했으니,
서글프게도
정확히 일주일만에
선분홍빛의 화려한
향연이 막을 내렸다.
향연이 막을 내렸다.
여의도주민으로서
벚꽃시즌에 여의도를 찾은 인파를 보고있으면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도하고
문득 주말의 고적함이 사라져
여의도답지않다는 생각도 든다.
여의도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주중의 유동인구와 복잡함만을 떠올리지만
주말만 되면 이곳은
오롯이 주민들만의,
오롯이 주민들만의,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출퇴근 시간 도로를 꽉메운 자동차도
삼삼오오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돌아다니는 인파들은 사라지고,
고층건물 사이로
파란하늘이 고개를 내밀고
공원에서 새 지져귀는 소리가
그제서야 들리는
그제서야 들리는
그런 묘한 동네이다.
비록 만개한 벚꽃로드는 아니지만
오히려 인적이 드믄
고즈넉한 이 풍경이 좋다.
가지를 꼬옥 붙잡고 있던 벚꽃들이
힘을 잃고 허공에 흩날리는 통에
나는 잠시 바닥을 내려다보고,
벚꽃이 박힌 보도블록이
고급 테라조 타일같다는
엉뚱한 상상도 하게된다.
다시 시선은
마치 번개라도 맞은듯
시꺼멓고 뒤틀리며 자라나는
벚나무의 기둥으로 옮겨간다.
아 이런 못생기고 연탄같이 까만 기둥이
새하얀 벛꽃과 더욱 극적으로 대비되는구나!
그래서 더욱 아름답구나!
여의도는 수천억짜리 펀딩이 필요한
60-70층 고층건물이
뚝딱뚝딱 지어지는
욕망의 도시다.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은
시시때때로 바뀌지만
이 벚나무들은 그자리 그높이를
늘 지켜줄것이다.
사람의 욕망보다는
조금 느린 재생속도로
이 도시의 기억을
저장해줄 것이다.
-너점주민의 엉뚱한 주말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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