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1] 원서동 발발이


창덕궁 비원을 품은 원서동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경상도 상주 구석 어딘가의
시골동네같은 전원적인 풍경을 가진 아름다운 곳이다.

권농동 소목 수업을 마치고,
이 비원마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고자
자연스럽게 원서동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기존에 매물로 나왔던 양옥주택과 한옥을
둘러보고있던중에,

저멀리서 파스텔톤의 고운 한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나를 향해 잰걸음으로
달려오는게 보였다.

여든은 훌쩍 넘긴것 같은 쭈글한 얼굴에
3개 이상의 문장을 한번에 말하려면
도중에 한참을 호흡을 가다듬어야하는
하지만 눈빛만은 빤짝이는 원서동 어르신.

이런분이 왜 지나가는 나를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셨을까.

남의 집 대문앞에 앉아보라고 하곤
한참을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 주제는 거의 성희롱에 가까운
음담패설로 바뀌어갔다.

왜 타인 특히, 한옥마을주민에 대한
나의 막연한 선의가
이런 쭈글한 할배의 노욕의 대상이 되어야하는걸까.

혹여나 장래에 동네이웃이 되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내심을 가지고 듣다가,
"할아버지 이제 그만하세요"
하고 결국 자리를 떠나야했다.

나이 88세에 생면부지 젊은 청년(?)을 붙잡아놓고
술자리 친구에게 할법한 농을 던지는 할아버지.

이런 경우는 두가지다.

노망이 나서 허언을 하거나
끌어오르는 욕정을 풀 대상을 찾지못한 욕구불만자.

나중에 집에와서 그 영감탱이가 
떠들어댄 몇가지 자랑중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아마 후자에 가까운듯하다.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원서동에서
알게된 두명의 어르신들 모두
물욕과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폐기처분이 필요한 인간쓰레기라니.

색동저고리를 입고
저멀리서 발발거리며 뛰어와서
하닥하닥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꼴이

딱 "원서동 발발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에 손색이 없다. 

(결론) 원서동에 가거덜랑 원서동 발발이를 조심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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