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주택 이사 프로젝트 #19(Feat. 좋은한옥이란?)


서울시는 전통공예의 보존과 전수를 위해 
서울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에서 무료강좌를 운영한다.

나는 6명 모집하는 3개월 소목 기초반 신청에 성공,

이번주부터 매주토요일 3시간 돈화문교육전시장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돈화문전시장은 나에겐 친숙한 서순라길쪽에 위치해있다.



앞으로 3개월간 함께하게될 작업대와 대패.
오늘은 김창식선생님의 수제자분께서 수업을 진행하셨다.
대패질하는법, 대패날 가는법, 
대패날 해체 후 다시 끼우는법 등을 연습했다.

거의 2시간 가량 대패질을 했는데,
초반에는 이게 무슨 사서 로동질인가 싶다가
조금씩 익숙해지는 대패질과 국수처럼 가늘게
뽑아져나오는 톱밥을 보니 묘한 쾌감같은게 생겼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수 있으랴!
불꽃 대패질(?)을 마치고
내가 애정하는 서순라길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느리지만 조금씩 재생되어가는 서순라길.
지난번엔 못보던 2층한옥카페가 지어지고 있었다.


서순라길의 메인, 타이거타이거.
1층 임대모집은 도대체 몇개월짼지.
서순라길은 아직 많이 멀었따.



태풍 링링이 할퀴고간 종묘와 서순라길.

종묘의 나뭇가지와 잎들이 
길바닥에 미친년머리카락 마냥 돌아댕긴다.

오늘은 북촌의 00부동산을 통해 가회동 30평한옥을
보기로 예약해놓은 날이다.

역대급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온다는데
한가하게 한옥이나 보러다니고.
나도 내가 그닥 정상은 아닌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북촌에서 가장 좋아하는 원서동.

창덕궁을 등지고 재동초 방향으로 조금 올라오면



이렇게 좌측으로는 인왕산,
우측으로 비원을 내려다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북촌에서 가장 사랑하는 스팟이다.

안국역과 멀지않은 평지인데(사실 매우 초큼 구릉지)
대한민국의 정기를 품은 명소 2곳을 
이렇게 한자리에서 동시에 볼수 있다니...

배산임수면 명당이더냐.
그냥 서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
 바로 이런 곳이 명당이고, 복들어오는 땅이다.
오늘 방문한 부동산은 북촌 내에서도 평판이 좋은 곳이다.

다른 북촌 부동산에 비해,

1)고객 상황에 최대한 적합한 매물을 소개함.
(일부 부동산은 중개사에게 가장 급한 매물을 소개한다)

2)동네 주민들과 유대관계가 좋으심.
(중개 1건 더 도장 찍는 것보다
뭔가 사람의 마음을 살려고 하시는게 느껴진다)

3)네이버 부동산에 매물을 잘 안올림.

이 특징이다.

이 중개소를 통해 보름동안
총 5건의 매물을 소개받았는데,
 그 중에 좀 맘에들어서
추가적으로 확인하고싶은 곳이 있었다.

우리가 정한 우선순위를 매우매우 만족하는 매물이었다.

최근에 와이프와 열심히 토론한 주제가
"과연 좋은 한옥이란 무엇인가?" 였다.


사실 지난 6개월이상 한옥에 대해서 알아가면알수록
뭔가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입지, 수리상태, 방향, 평수, 주차가능여부 등등
아파트와도 다르고 심지어 일반 양옥주택과도
다른 변수들을 어떻게 다 고려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북촌엔 수천채의 한옥이 있다지만,
사람얼굴처럼 다 제각각인 이 한옥들 중
하나를 고르는데 있어,
우리만의 확실한 우선순위과
기준을 정립하는게 절실했다.

우리 부부가 정한 최우선순위는

바로 "채광이 잘되는 집" 이었다.

와이프의 30년 단독주택 거주 경험.

예전에 부산대 소재의 남쪽으로 막힘이 1도 없는
정남향 아파트 25층에 살아본 경험.

그리고 지금 여의도의 높은 건물을 마주하는 
남서향 아파트에 살아본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앞으로 살고(live)싶은 집이
반드시 갖추어야할 조건은

"동, 남, 서쪽 방향으로 막힘이 없어 
24시간 해가 잘들어오는 일조환경"

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맘에 들어한 한옥이
바로 이 기준에 100% 부합하였다.

동서남북으로 다 단층한옥이 인접해있고,
심지어 매우 미세한 경사지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거실에서 멀리 남산과 을지로 고층빌딩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만, 대지면적과 건축연면적이 우리가 기대한 수준과
차이가 커서 건축관련 추가적인 확인(?)을 요청드렸다.


반면에,
함께 소개받은 물건 중에 사진처럼
엄청난 자비의 공사비를 투자해서
멋드러지게 개축한 매우 탐나는 집이 있었는데,

남쪽으로 4층 높이의 상가건물이 있어(일조방해)
고려대상에서 바로 제외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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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늘 우리가 꽂힌 한옥으로 돌아와서,
가격적정성을 한번 따져보자



2012년에 5.4억 거래사례가 있고,
랜드북추정가는 6.1억.

뭐 이정도면 집주인이 부른 가격이
말도 안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집에와서 토지이용계획원을 확인해보니,
마당에 다른사람 명의의 1.4평 대지가 끼어(?)있었다.

북촌이 시골처럼 대지경계선이 뒤죽박죽인건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었는데,
아예 타인 소유의 땅을 깔고 있는건 또 새롭다.

북촌은 예전에 친척끼리 기와를 맞대고 살았다거나,
이웃끼리 가족처럼 지냈기도 했다는데,
 아마 전전전 집주인의 친척정도 되는 분의 소유가 아닐까?

아니면 처음엔 같은 필지였는데, 
이웃과의 송사로 분할양도 하였을지도 모른다.

옆에서 드라마보고 있던  와이프에게 이걸 보여줬더니 
내뱉은 짧은 한마디.

"진짜 제대로된 집 하나 없네!"

하아.

댓글 11개:

  1.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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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한옥에 대해 잘 모르는 저로서는 상세히 남겨주신 포스팅들이 참 큰 도움이 됩니다. 괜찮으시면 말씀하신 부동산을 소개받을 수 있을까요? 타지역에서 집을 알아보는 중인데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염치불구하고 여쭤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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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방금 메일 드렸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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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혹 저도 메일로 문의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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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북촌 한옥에 관심이 있어 이것저것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중 선유재촌부 님 블로그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궁금한 사항이 있는데 메일로 문의를 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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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답장 드렸어요 좋은 집 구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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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쓰신 글 들 잘 봤습니다!
      혹시 괜찬으시다면 저도 부동산 업체 정보를 받을 수 있을지 여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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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밤을세워 우연히 접한 선유재촌부님의 블로그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좋은정보 너무 감사합니다. 예쁘게 사시는 모습도 보기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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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절주절 일기장같은 글인데도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요즘 게을러져서 블로그 업데이트가 뜸했는데 따뜻한 조언에 힘내서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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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녕하세요, 2024년 5월에도 찾아오게되는 블로그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최근에 몇 군데 부동산에서 소개한 집들을 같이 다니며 보고 있는데 어떤 집은 거의 1년이나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인 것도 있더라구요. 저렇게 오래 거래가 안된건 뭔 이유일까 괜히 걱정도 되고 그래요. 혹시 본 글에서 언급해 주신 부동산 정보를 문의드려도 될까요? 알려주시면 매우매우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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