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9] 침략자의 시선
호텔 숙박료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우리같은 절약형 호캉스족은 주로 크리스마스 다음날
프로모션을 적극 활용한다.
다행히 와이프가 티몬을 통해
플라자호텔 클럽라운지룸을
플라자호텔 클럽라운지룸을
저렴하게 예매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저녁에 산책삼아 다녀온 정동길에서
'침략자의 시선'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해보았다.
우리는 항상 선하고 약한 조선인의 관점에서
근대문화를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구한말 시절 제국주의 열강은 과연
조선과 조선인을 어떤 시각으로 보았을까...
하는 왕따나 할것같은 상상말이다.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피해자의 관점에서
우리 문화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법을 배웠지만,
정작 일본을 포함한 침략자의 시각에서
우리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기회는
거의 없지 않았는가!
조선은 수백년간 사대를 해온 대륙의 주인, 청나라가
거의 비슷한 기간동안 깔보기만 했던,
섬나라 오랑캐(일본)에게
처참하게 패배하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도한뒤,
큰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우리는 1910년 한일병합조약을 시작으로
1945년 해방까지 35년간 일제에게 지배당했다고
기억하지만,
실상 1876년 강화도 조약이후로 조선은 이미
실상 1876년 강화도 조약이후로 조선은 이미
서서히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명성황후는 (한반도의 역사가 늘 그랬듯이)
외세의 힘을 빌어 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고자했고
많지 않은 선택지 중 하나가 러시아였으리라.
정확한 아관파천 루트는 밝혀진바가 없지만,
현재 복원사업을 통해
'고종의 길'로 불리는 루트가 있긴하다.
'고종의 길'로 불리는 루트가 있긴하다.
우리는 호텔에서 덕수궁 대한문을 기점으로
정동길을 통해 러시아 공사관까지 가는
코스를 택했다.
위아래 돌크기나 모양이 다르고
돌의 빛깔과 상태가 최초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 반가웠다.
(근래에 복원된 경복궁이나 숭례문을 보면
사고석이나 기단이 가지런하고 깨끗한 것이
인위적인 느낌을 준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돌들이
기가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름답다.
대략 20분 정도를 걸어 과거 러시아 공사관 터에 도착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2층짜리 본관 건물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지금은 사진처럼 3층 첩탑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언덕 위에 르네상스 식으로 지어졌던 구 러시아 공사관.
고종은 일본을 피해 이곳에서 약 1년간 피신해있었는데,
이는 호시탐탐 조선을 수탈할 기회만 엿보고있던
러시아에겐 절호의 기회 그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고종은 1년간 이곳에서 체류하며
(당연히) 친러파의 내각을 재구성했고
광산채굴권 등 각종 이권을 러시아에게 넘겨주었다.
1905년 미국 시사 잡지 ‘하퍼스 위클리'에 실린 사진
당시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확대하는 국제정세 상
일본이든 러시아든 힘없는 조선의 식민지화는
기정사실이었고, 동아시아의 군사강국이었던 일본이
최후의 빌런이 되었을 뿐이라는게 내 견해이다.
구 러시아 공사관에서 바라본 광화문 전망이
참 시원하게 트였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120년전 러시아의 제국주의자들이
이 언덕 위의 건물에서
조선의 왕(경복궁)과 백성들을 내려다보며
이 가난한 나라를 착복할 계획을
구상했을거란 상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조선백성들은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에
이미 처참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
호텔로 복귀해 티비를 보던 중에
MBC스페셜 아지트편에서
강남 모 레스토랑의 벽에 걸려잇다는
'왕의 시선'이라는 사진작품에 시선을 땔수 없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되었고
부유한 국민들은 우아하게 '왕의시선'을 엿보지만,
실상 구한말 조선의 왕은 나라걱정은 커녕
당장 본인의 신변걱정에 급급했을테니
참 아이러니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조선의 후예들은 120년이 지나
근대 조선과 백성의 삶이
열강앞에서 얼마나 굴욕적이고 궁핍했는지
잊어가고있고 때론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고상하게 '왕의시선'이나 '사대부의시선'이 아닌
제국주의 '침략자의 시선'으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기객관화의 시간도 필요하다.
당시 유행하던 고딕이나 바로크풍의 근대건축물에
서구 열강들이 확장주의에 사로잡혀있을 당시의
실내장식과 컨셉을 재현하고,
서구 열강들이 확장주의에 사로잡혀있을 당시의
실내장식과 컨셉을 재현하고,
그 안에서 한옥마을을 내려다보는
도발적인 공간컨텐츠를 상상해본다.
도발적인 공간컨텐츠를 상상해본다.
어떤 이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120년 망각의 강을 지나고 있는
조선의 아들딸들에겐
한번쯤은 꼭 타봐야할 시간의 나룻배가 아닐까.
조선의 아들딸들에겐
한번쯤은 꼭 타봐야할 시간의 나룻배가 아닐까.
사간동 갤러리카페 호아드
익선동 카페 끼룩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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