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주택 이사 프로젝트 #25(Feat. 북촌 주민이 되다)


<작년 2월 북촌이사를 처음으로 마음먹은 날 찍은 사진>


#1 예상치 못한 변수

몇번의 가격조정실패과 계약직전파기로 인해
내 멘탈은 얇아질대로 얇아진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 24편에서 내린 판단대로,
약 1~2년간 자산을 더 모은 다음에
원서동 한옥이나 창덕궁뷰가 나오는 양옥을
천천히 물색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북촌지구단위계획 수정 공람이 떴다.

수정사항을 요악하자면,
북촌지구단위계획 내에서도 가장 규제 수위가 높아
재산권 침해가 컸을뿐아니라,
관광객들로 인한 피해가 집중되었던
1,2구역에 대한 상업용 활용도를 열어준다는 내용이다.

특히 (선별적으로) 한식당까지 허가해주는
2구역이 가장 큰 수혜구역으로 보인다 .

북촌지구단위계획에 대해서는
조만간 별도의 분석글을 써볼 계획이다.



#2 집은 인연이라는 말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음에 쏙들지않는 집을
선택할순 없는 노릇이었다.

회사에 연차를 쓰고 집을 보러다녔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비수기에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마음에 드는 집만 찾는다면
계약협의는 나에게 유리한 상황일거라 생각했다.

"그래, 2월 전에는 계약을 마무리하자."

수시로 네땡버 부동산 매물을 조회했다.

그러던 중,
삼청동 하늘재길 근처에 적당한 사이즈와 가격의
신규 매물이 등재된 것을 확인했다.

지도상에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않은 매물이었지만,
몇가지 부동산앱을 요령껏 활용하면
지번을 알아내는 것 정도야
나에겐 누워서 떡먹는 것보다 쉬운일이다. 후후

지번으로 공시지가 및 근처 매매사례를 파악한뒤,
로드뷰로 집주위를 둘러보면 입지분석은 끝난다.

남, 서쪽으로 다 단층건물이고
(=볕 잘들고)
코너에 있으며
(=차량진입이 가능하고 공기순환에 유리하며)
인접한 집들도 대부분 한옥이다.
(=주위경관과 잘어울리는)

오케이!!

"실장님 금방 매물 등록하셨던데
혹시 보러갈수 있나요?"

"엇 이거 등록한지 30분도 안됬는데
이렇게 빨리 전화하셨네요?ㅋㅋ
세입자에게 예고를 해줘야하니
내일 보러 오세요"

로드뷰로 본 건물의 외관을 고려했을때
내부 상태는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적당히 인테리어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대수선까지 염두한체
다음날 와이프와 함께 집을 보러갔다.

와아
이게 왠걸

대수선없이 이정도의 한옥 내관을 유지한다는게
감격스러울 정도로 관리가 잘되어있는게 아닌가.

내 똥눈엔, 서까래, 보, 기둥 등 자재도
최소 육송 이상의 훌륭한 수준이었다.

서울시에서 정의하는 마치 찍어낸듯
 번듯한 기왓집의 내외관은 아니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시대적 가치와 
이집을 거쳐간 분들의 역사와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듯한 소박한 집이었다. 

사괴석 화방벽의 기왓집 한옥만 한옥이더냐.
내눈엔 이집이 훨씬 한옥다운 한옥이다.

을지로, 경복궁, 인왕산을 180도로 볼수있는
파노라마뷰는 덤이었다.

"실장님 이집 바로 계약할게요"

...

그렇게 북촌 한옥을 보러다닌지
정확히 만 1년만에 운명같은 집을 만났다.



#3 에필로그

사실 이집을 계약하고,
지금 살고 있는아파트를 매도하기까지
천당과 지옥을 오간듯한 시간을 보냈다.

매도자 분께서 호가를 갑자기 올리는 바람에
이 비수기에 다른 매수자와 경쟁하며
추격매수를 해야했고,

짧은 잔금기간 조건에 맞는
아파트 매수자를 찾기위해
잠을 설치고 식욕을 잃어
몸무게가 3키로 가량 빠지기도했다.

지난 2주동안 나이를 12살은 더 먹은 기분이다.
남은 생애 다시는, 절대, 네버 겪고싶지 않는 경험이었다.

이렇게 장장 1년동안 25편의
한옥주택 이사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앞으로 한옥주택 인테리어 이야기로
블로그를 이어나가려고 한다.


댓글 4개:

  1. 행님, 집은 정말 인연이라더니 마음에드는 집을 구하신거 축하드려요~~! 이사가신 집이 어떻게 변해갈지도 기대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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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마워 중호야~ 담에 놀러와 방 하나 비워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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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랜 시간 끝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셨군요! 축하합니다 :-) 아름답고 살가운 곳으로 가꾸어 사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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