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주택 인테리어 공사 #4(철거 1일차)


어제(4/17)는 요근래 몇년동안 가장 밀도높은 하루였다.

아침부터 생전 오지않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전등기 마지막 몇시간까지
예상치못한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우여곡절'이라는 말 한마디로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수많은 장애물들을 거쳐, 
마침내 한옥 도어락 비밀번호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4/18(토) 공사의 첫단계, 
철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묵직한 대문을 열고 지나가면 나타나는
마당과 대청.



마당에서 본채를 바라본 모습.

과거 갤러리 때 시공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칠의 색상에 옅은 주황색 느낌이 강하며,

창호의 녹색 톤의 유리와 묘하게 어우려져 
독특하면서도 레트로한 감성을 자아낸다.
(그냥 내눈에 콩깍지)



우리집의 개성을 가장 잘표현하는
부엌쪽 창호와 툇마루.

창호의 패턴, 고르지못한 형태의 머름이
(내눈엔) 너무너무 아름답다.

이번 공사 대상에서 한옥의 외관을 제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전체 공사에서 가장 힘이 많이 들어갈 사랑채
(실내는 개량양옥).

남쪽으로 이웃들의 한옥을 넘어로 조망되는 남산,
서쪽으론 훌륭한 기왓집들 넘어로 보이는 인왕산뷰를
최대한 즐길수 있도록 기존 소형 창호들을 탈거한 뒤
대형 통창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바닥은 기존 원목마루를 제거하고,
요즘 핫한 마이크로시멘트를 시공한다.

'마이크로토핑'이라는 수입제품이 제일 유명한데
우리는 가성비 좋은
국내제품을 이용할 예정이다.

라이트그레이 컬러만 가능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조색이 가능했다.


마이크로시멘트는 간편한 시공만으로도 
미니멀하면서도 레트로한 공간감을 
줄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동시에,

관리의 불편함과 하자발생 측면에서
한계점 또한 명확한 재료이다.

어짜피 우리는 4-5년 뒤 대수선을 통한 한옥복원을
염두해 두고 있기때문에,

이집의 '과거의 현재', '한옥과 양옥'이 혼재된
본연의 요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과감하게 이 소재를 선택했다.



바닥과 창호 철거과 어느정도 마무리된 상태.



남향(남산뷰).



서향(인왕산뷰)



기존 창호 사이에 있던 벽체를 추가로 제거한 뒤,

가로 3미터 길이의 통창을 넣어
사랑채의 전망과 개방감을 극대화할 생각이다.



사랑채와 마찬가지로
다크그레이 컬러의 마이크로시멘트가 시공될
실외 욕실.

욕조, 양변기, 세면대 등 화이트 도기와
짙은 회색의 (방수코팅된) 내벽,
그리고 녹색 식물을 대비시켜
 러스틱한 인테리어를 연출할 계획이다.


원래 막혀있었던 길가쪽 외벽에도 
불투명 유리의 대형 창호를 시공한다.

철거 후 드러난 천장의 서까래를 살려서
오픈형으로 갈지는 여전히 고민중이다.
(게으른 내가 습기관리를 얼마나 잘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후)




------------ 여기부터 추가 철거 작업-----------




나머지 철거는 소장님께 맡기고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어제의 피로를 회복하는 중에
소장님이 긴급하게 보내주신 반가운 소식.

당초 철거대상 목록에 있던 
사랑채의 벽체와 천장 돌출물이
사진처럼 한옥의 구조물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답답했던 천장 위로는 한옥 천장 원형의 모습을
잘(?) 보존되어 있었다고 전하셨다.





물론 천장 오픈형으로 할 경우,
당초 견적에서 미장, 치받이, 깎기 등의 비용이 
추가될거라는 공포스러운 말씀과 함께.

이 부분은 다음주 월요일 
미장업체의 견적상담을 받고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한옥수리의 철거작업은 
마치 고구마 한알을 캐기위해  줄기를 당겼더니 
예상치도 못한 3~4개의 고구마가 두루룩
따라나오는듯한 요상한 경험이었다.
(천지분간 못하고 마냥 낙천적인 건축주완 달리
소장님은 예상치못한 변수가 그득한 이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실듯!)

몇십년동안 어둠속에 잠들어있던 서까래들이
우리부부를 통해 마이크로시멘트와 같은
현대적인 건축재들과 어우러질 상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한껏 부푼 우리의 기대와 함께 
최종견적서의 숫자도 올라가는 것은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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