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주택 인테리어 공사 #9(깎기)
'깎기'란 한옥의 대들보나 서까래의 표면을
그라인더나 샌딩기로 얇게 벗겨내는 작업을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목재는 현대건축자재중 거의 유일하게
진정한 의미의 재생이 가능한 부재인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깎기를 한옥 대수선의 백미라고도 하는데,
묵은 떼를 벗고 감추었던 고운 속내를 드러낸 그 순간,
신재의 어색한 단정함과는 뚜렷히 구분되는
고재 특유의 고풍스러운 기품을 발견하게 된다면,
누구도 그 의견에 쉬 부정할 수 없으리라.
40년이상 제대로된 관리를 받지 못해
군데군데 적심이 부식해있고
적심과 기와사이에 가득차있어야할
흙들이 유실되는 바람에 기와까지 노출하며
세월의 흔적을 오롯이 드러낸 상태이지만,
그러한 근심도 잠시,
깎기 후 은은하게 풍겨오는
달긋한 육송의 솔내음과
고재특유의 심미적 우월함에
곧 정신을 빼앗기고만다.
한옥은 현대주택의 편리함을 포기한만큼의
낭만을 얻는 주거형태라고 생각해왔다.
오늘 깎기작업이 끝난 사랑채 천장을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옥은 내가 양보한 편리함의
10배, 아니 그 이상의 감동을 되돌려 주는
비논리의 영역인것을.
비논리의 영역인것을.
서까래와 회반죽의 조화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고재에 새새명을 불어넣게 되는군요. 선생님이 남기신 기록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한옥은 다른 주거용건축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곡선(서까래, 기와, 처마선)들이 많은데, 이런 점이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심미적 요소로 작용하지않나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삭제선생님 필력이 굉장하십니다. 마지막 문단이 가슴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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