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9] 북촌한옥 이사 후 2달동안 생긴일
<'20년 6월 툇마루에서 처음으로 먹은 음식, 둥지냉면>
1) 관리비용:
아파트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옥거주에 대해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각종 유틸리티 비용이 아닐까싶다.
실제로 주위에서 가장 빈번한 질문 중 하나가
"단독주택은 관리비가 비싸지 않아?"였다.
이사 후 첫달은 아무래도 새집에서의 라이프사이클이
궤도에 오르기전이니,
두달째 비용부터 계산하는 것이 더 적절할듯 해서
한달 기다린뒤 합산을 해봤다.
전기요금은 첫달 폭탄을 맞은 뒤
일반용-->주택용으로 변경한 결과,
비용이 큰폭으로 감소하였으며,(와이프 칭찬해)
가스요금은 온수샤워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마찬가지로 소액이 청구되었다.
(가스비는 겨울이 지나면 한번더 따져봐야겠다.)
수도요금도 미비한수준이며,
오히려 경비업체 이용료와 화재보험료가
전체 관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높은편이다.
사실 이 두비용은 선택옵션임을 감안할때,
생각보다 전체 관리비용은 많은 주위분들이
우려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6월 관리비용 명세>
전기요금 14,280원
가스요금 11,170원
수도요금 8,520원
경비요금 71,500원
화재보험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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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17,470원
2)방송촬영:
와이프 인스타그램 채널을 보고 지상파 2군데에서
집소개 프로그램에 출연을 제안해왔다.
애초에 우리부부는 이집을 통해
상업적인 목적같은게 없었기때문에,
집 내부가 외부인들에게 알려지는 상황이
탐탁치 않았다. 더군다나 지상파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계신
부모님들에게 우리부부가 타지생활에
잘 적응했음을 보여드리기위해,
(작은 효도차원에서)
그리고 새단장을 마친 선유재와
우리부부의 젊은 시절을
전문가들의 고화질 카메라에 담길 수 있다는 점에
메리트를 느껴 최종적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촬영과정은 생각보다 고되었으나,
PD님이 들려주신 방송업계의 재미난 에피소드와
방송이 나간후,
양가 부모님 포함 여러 친지들의 반응에
뿌듯함을 느꼈다. 헤헤
3) 지붕수리:
걱정했던일이 일어났다.
작은방과 안방 천장에 흙물이 흐른 흔적과
이집에 거주했던분의 증언에 따라
천장 누수를 심각하게 의심하던차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그 다음날 아침,
작은방 바닥이 축축해져 있는걸 발견했다. ㅠㅠ
설마 누수가 있어봤자 얼마나 심하겠어?
하며 방식한 탓에 책장위에 올려놨던
웨딩촬영 사진들도 일부 비에 젖어버렸다.
하아 ㅠㅠ
비가 새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한옥의 지붕은 보토외 대부분 부재로
나무가 사용되기 때문에 방치하면
서까래가 썩는 등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한옥단체톡방을 통해
계동에 큰 평수의 한옥을 보유하신
어르신께 서촌의 와공사장님을
소개받았고,
지붕수선지원금 vs 자기비용수리 중
고민하다가 결국 00만원을 들여
수리를 마쳤다.
지붕수선지원금을 받아도 5년 이내에
대수선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내린 판단이다.
공사 이후 더이상 누수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와공사장님께 지붕관리에 대한 여러가지 팁을
얻었다. 이렇게 한옥거주자가 되어가나 싶었다.
<세x코 출동직원께서 바퀴트랩을 설치하는 모습>
4)벌레퇴치:
사랑채는 샤시 및 단열공사를 하면서
어느정도 기밀시공이 이뤄졌지만,
본채는 근대방식의 미서기창호를 그대로 유지했기에,
어느정도의 벌레 유입은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맙소사.
예상과 다르게 본채가 아닌
사랑채에 거대한 바퀴벌레가
계속 출몰하는 것이 아닌가!
마음의 준비는 개뿔.
여의도 아파트에선
단 한마리의 바퀴도 못보고 살았던
온실속의 화초같은 우리부부는 멘붕에 빠졌다.
공사 전부터 상담받았던 세x코 담당직원분께
급히 SOS 메시지를 보냈다.
불행중 다행이랄까!
우리 집을 제집 드나들듯 다니던 바선생들은
내부서식종(독일바퀴, 일본바퀴 등)이 아닌,
외부유입종(미국바퀴<-- 겁나큼 ,때론 날라다님)이었다.
얘들은 외부 정화조나, 하수도관에서 서식하면서
음식을 찾아 집으로 기어들어오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완벽히 차단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확실히 업체 출동 이후 출몰빈도가 줄었으나,
일주일에 1~2마리는 꼭 잊지않고 인사를 하러 온다.
이제는 나도 정중하게 전기파리채로 답례(?)한다.
그 이외에 개미, 파리, 나방 등 벌레기본세트들은
예상과 다르게 거의 없는편이라 의아하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update 2020.12.21)
우리가 신청한 서비스는 6개월간 총 4회+알파 방문하여
집중적으로 방제하는 코스였는데,
정확히 2번의 방문 이후 집내부(마당포함)에서
더이상 바퀴벌레(and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매 방문마다 방역 후 트랩을 설치하고 가시는데,
3번째 방문부터는 트랩에도 바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이 방제의 효과인지
날씨가 점점 차가워지는 계절적 요인인지
집주인이 바껴서(=서식환경이 변해서)인진 모르겠지만,
정확히 8월을 기점으로 바퀴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
<낙엽부자된날, 아임 어 낙엽-밀리어네어!>
5)낙엽청소:
6월의 어느날.
대문 앞 대추나무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잎이 떨어졌다.
가을도 아닌데 갑자기 이정도의 낙엽이라니,
잎을 자세히보니 상태가 별로 좋지않다.
가지치기나 병충해방제가
적기에 이뤄지지않은 탓인듯하다.
옆집 할머니께서 골목길의 지저분함에
매우 예민하신 편이라
평일 출근 전, 퇴근후 시간에 짬을 내어
열심히 빗질을 했다.
이 대량의 낙엽을 어디다 버려야할지도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처음에는 폐기물 마대자루에 버리다가
이 비용도 감당이 안되어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요령이 생기고 있다.
6)집들이:
와이프와 내 지인을 집에 초대한게 대략 10회 정도.
초기엔, 제대로된 집밥은 아니더라도
맛도 일정수준 이상에 북촌에서만 먹을수 있는
특색있는 음식을 내놓으려고 나름 고민을 많이 했다.
와 근데. 이게 하면 할수록 음료와 음식을 준비하고
끝나면 치우고 하는게 보통노동이 아니었다.
이제는 가급적 필요한 경우에만 손님을 초대하고
인원도 최소화하려고한다.
그래도 정성들여 꾸민 우리집에서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간만에 회포도 풀면
가슴이 따뜻한 감정으로 많이 채워진다.
이건 정말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잇는 기쁨인듯하다.
7)마당있는 삶:
대한민국 사람중, 아파트에 사는 사람치고
마당있는 삶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없는 사람을
거의 없을것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
마당보다 구체적으로 '중정있는 집'을 원했고,
마침내 한옥으로 결과지가 수렴됬다.
근사한 소나무와 돌에 핀 이끼로 가득한
낭만적인 정원을 꿈꾼적도 있다.
(이건 대수선 이후로 미루기로 했지만)
하지만 숯불화로대가 없는 단독주택은
맥주없는 치킨과 동급이라 말할수 있겠다.
다양한 제품들을 비교한결과
유명한 미국 브랜드의 3-4인용 BBQ그릴과
각종 재료, 도구들을 함께 주문했다.
딱 한번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초이스 등급의 척아이롤을
(떡심없는 아랫등심쪽을 겟함~ 후후)
구워먹엇는데,
와... 집에서 이런걸 해먹을수 있다니
정말 감격의 소용돌이였다.
물론 그 뒤로는 와이프가 숯재가 날린다며
금지시켰다.ㅠㅠ
숯금령이 해제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길!
8)주차문제:
북촌은 만성적 주차부족문제를 겪고있는 동네이다.
거주자우선주차제도도 있지만,
많은 거주자들이 여건이 된되면(주도로가 아닐경우)
그냥 집앞에 불법주차하는 것을 선호하는것 같다.
우리집은 코너에 위치해 있어
총 3대의 불법주차가 가능하다.
이쪽은 거의 거주자들만 이용하는 도로라서
실질적으로 단속을 하지않는 것 같다.
그래서 1대는 우리가 이용하고
나머지 2대자리는 이웃들이 이용하는데,
기존의 주차배정(?)위치가
내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가급적 이웃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하지않으려했지만
집앞 주차만큼은 우리가 우선권이 있다는 생각과
향후 주거의 질을 고려해서 다소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금은 어느정도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는 단계지만,
워낙 주차환경이 열악한 동네라,
앞으로도 이웃 상호간의 이해와 배려가 절실하다.
집이 고지대에 있어서 그런건지,
주택에 이사와서인진 잘 모르겠지만
여의도에 살때보다 북촌에 이사온 뒤,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된다.
불과 대학때까지만해도 수업을 마치면
캠퍼스 내 벤치에 누워 흐르는 구름들과
석양 빛의 향란을 즐겼던것 같은데,
너무 오랫동안 시멘트 바닥과 콘크리트 건물만
노려보고 살았나싶다.
아직은 매일밤 침대에 누워 천장의 서까래를 보며
한옥으로 이사오길 잘했단 생각을 하며 잠에 빠진다.
부디 이 행복이 오랫동안 유지되길 :)
예전엔 몰랐는데 요즘은 서까래를 노출한 한옥 천장을 보면 무척 아름답습니다.
답글삭제벌레가 출현하는 것은 그런 아름다움을 보는 비용 같아 보입니다.
한옥 마당에서 고기를 굽는 즐거움은 언제나 부럽습니다.
지금 집을 구하기 전에 제법 많은 한옥을 둘러봣는데 천장 서까래를 노출시킨 집과 덮은집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일정부분 불편함을 감수하고 즐기는 멋인가봅니다 :)
삭제그 길이 사도라서 주차 단속을 못한답니다.^^ 대신 길의 상태도 주인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서 계속 그 지경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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