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6] 코로나19시대에 북촌한옥 거주하기
<여기서 나는 '인근체류자'에 포함된다 제길>
1. 8.15집회로 직접적 피해를 입다
8.15 광복절에 정부와 서울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일대에 크고작은 집회가 개최되었다.
그중 규모가 큰 집회는 총 3개였는데,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2000명)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
(라 쓰고 태극기부대라 읽는다, 4000명)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2000명)
이다.
8.15집회는 공교롭게도
코로나 확진자 증가추세에 이뤄져,
큰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다.
이날 아침 우리부부는 동네마실겸 식사거리를 사러
서촌엘 다녀왔는데,
경복궁을 가로질러 집으로 오는길에
광화문쪽 통신기지국에 접속된 이력이 있었는지,
서울시로부터 코로나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 문자를 받았다.
유선을 통해 서울시 담당공무원에게
집회미참가사실 및 인근지역거주민임을
호소했지만, 결국 검사를 받으란다;;
우리 부부는 최근 확진자 증가 추세에 따라
지인 대면접촉은 고사하고 외식까지 자제하는 등
극도로 생활방역을 준수하고 있는데,
고위험지역인 선별검사소를 방문해야하는게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오늘 휴가를 내어 서촌에 있는 종로보건소를
다녀오면서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었다.
우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라는 명칭이
뭔가 대중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애초에 이감염증은 '우한폐렴'이라고도 불렸는데,
경제대국인 중국의 WHO 및 무역거래국가들에
대한 입김이 작용한 결과,
현재의 명칭으로 고착된것 같다.
우한에서 시작되었고 폐렴을 유발하는 감염증이라면,
사실 '우한폐렴'만한 명칭도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국가의 브랜드가치가
중요한 시절에,
특히 중국같은 각종 환경적/도덕적 오명(?)을
쓰고있는 국가에겐
더더욱 민감할 수 있겠다싶긴하다.
다 양보해서 '우한'이라는 지역명을 빼더라도
'폐렴'이라는 병명은 유지해야되는 건 아닌가.
식중독을 살모넬라균감염증이라고 하지않고,
무좀을 칸디다균감염증이라고 부르지 않는것처럼,
이 무시무시한 전염병도 '00폐렴'이라고 부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00폐렴'은 감염에 따른 증상과 피해가
직관적으로 인지되는 훌륭한 네이밍이다.
만약 00폐렴이라는 네이밍을 유지했다면,
이러한 확진자 증가시기에 대중의 경각심을 키우는데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을거라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영어이름은
폐 깊숙한 곳에서 끈적한 기침을 유발하고
비말을 통해서 강력하게 전염되는 이 질병의
특징을 즉시성있게(instantly) 전달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2020폐렴', '신종코로나폐렴' 등
뭐든간에 폐렴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되길 기대해본다.
(나라에 폐렴이 창궐하니 정치적집회는 자제해주세요
vs
코로나19가 증가추세니 집회를 자제해주세요)
2. 북촌한옥마을 관광객의 변화
최근 북촌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비중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작년만해도 외국인 비중이 더 높았다면,
해외에서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그리고 국내로 발길을 돌린 내국여행객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이것을 마이크로-투어리즘 현상이라고도 하더라)
거주민 입장에서는
'무개념민폐관광객총량보존의법칙'에 따라
관광객이 오지않는 것이 당장 편할지도 모르겠다.
광화문역에서 들려오는 귀따가운 스피커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으니,
사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일정부분
거주의 질이 개선되었다고도 할수 있다.
하지만, 북촌 대부분의 생활인프라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이 북촌을 외면한다면
결국 장기적으로 북촌주민들도
직간접적 피해를 입게 될것이 자명하니,
마냥 좋아할수만도 없겠다.
다만 지금처럼 북촌 관광객의 비중이
내국인 위주로 재편된다면
삼청동 상가들의 어마무시한 공실률도
어느정도 지속가능한 형태로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북촌상권이 관광버스로 실어나르는
외국인단체관광객들에게 의존되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최근 집근처에서 고급카메라를 하나씩 목에건
할머니 출사팀을 발견하고,
북촌관광생태계에 아주 작은 희망의 씨앗을
엿보았다고 하면 너무 오버인걸까.
3. 단독주택에 대한 재평가
코로나 직후에 북촌한옥으로 이사오게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낡은 여의도 아파트, 특히 우리 동에는
공동주택의 매너를 지키지않는 사람들이
많아 곤혹스러울때가 더러 있엇는데,
(쓰레기 투기, 실내흡연, 불필요한 간섭 등)
단독주택에 와서는 공용공간에서 발생하는
불쾌한 상황들로부터 매우 많이 해방되었다.
(골목주차, 쓰레기배출 등으로 인해 100%
탈출한건 또 아니더라)
특히, 이사오기 직전(코로나 초기)에
격하게 기침하는 어르신과
같은 엘베를 타고 등줄기가 오싹한적이 있었는데,
만약 단독주택으로 이사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마 비상계단으로만 다녔을거 같다.
(참고로 우리집 10층이었음)
뭐 이것은 100% 뇌피셜이긴한데,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단독주택이 재조명받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물론 북촌이 고급거주지로 거듭나기에는
주차문제 등 치명적인 단점이 선결되어야겠지만.
그나저나 이시간 매미보다 더 쎄다는 바비가 오고 있다.
부디 무사히 지나가길..
댓글을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