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4] 나비장 구매후기(고미술 입문기)

우리집 전주인 어르신은 북촌 내 다른 게스트하우스 한옥도 보유하셨다.(당시 우리집과 함께 매물로 나와있었는데 지금은 팔렸을까.궁금.) 중개소의 권유로 그집도 함께 보게되었는데, 거실 옆방에 놓여있던 아담한 나비장(애기장)을 보고 한옥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면서도 참 기품있는 오브제라는 생각을 했다.

<APMA 고미술전시품>

 

그래서 우리집 대청에도 꼭 저렇게 예쁜 나비장을 들여야지..라며 답십리 고미술거리에도 가보고 열심히 인터넷 검색도 했다. 이때만해도 고가구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었다. 그저 이사갈집에 잘 어울리는 이쁜 인테리어소품을 찾으러 다닌 수준이었다. 나비장에 있는 나비가 남정네를 뜻하며 남자가 밖으로 눈을 돌리지말고 집에 딱 붙어서 가정에만 충실하라는 의미심장한(?) 뜻도 재밌네~ 하는 정도?

답십리쪽 오프라인매장에서는 그야말로 터무니 없는 가격(자개장 나비장이 500만원, 실제론 "1억을 줘도 팔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심)을 제시해서 신뢰가 가지않았고(이것이 말로만듣던 눈탱이?), 온라인을 주력하는 하는 업체들이 그나마 납득할수준(100~200만원)의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당시 골동품 구매란 바가지를 쓰는건 기정사실이고 얼마나 덜 쓰냐의 문제라는 것을 절절히 깨닫는 중이었다. 그러던중, SNS로 제법 깔끔해 보이는 물건을 꾸준히 올리는 "**이야기"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고, 적당한 물건이 나오면 바로 구매를 하려고 즐겨찾기 등록후, 대기모드로 들어갔다.(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채널 운영) 과거글을 역주행해보니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매물은 분기에 1개 나올까말까한 수준이었으니, 실제 판매글이 올라왔을땐 이미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봐야한다.

약 1달을 기다렸을까. 보존상태가 좋아보이는 나비장 매물이 올라왔고, 가격문의를 해보니 시세보다 싸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싸지도 않은 그런 수준이라 와이프와 간단한 상의끝에 바로 계좌이체를 했다.(머릿장 사이즈를 원했지만 다른 조건들이 만족스러워 사이즈는 양보했다.) 배송업체 직원분이 안성에서 제법 큰 규모로 운영하는 고가구업체이며, 유명한 축구해설가님의 단골거래점이라고 귀뜸해줬다.


<우리집 대청에 자리잡은 광양이층장(나비장)>


이후 우연히 고가구수집을 하시는 인친분께 이런저런 조언을 듣고, 고가구와 고미술시장에 흥미가 생겨 관련서적과 유튜브 채널을 꾸준히 보는 단계까지 오게되었다. 그저 책 몇권 읽고 쓰는 아주 편협한 내용이지만 내 나름대로 고미술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았다. 

**보존가치와 미적가치는 당연히 작품마다 천차만별이며 내가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수준을 높음/낮음으로 표시했다.

 고미술 콜렉터의 1차 목적은 "일제강점기 이후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근현대시대의 위작들과 고려/조선시대의 보존가치가 높은 작품들을 분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존가치도 높고 미적수준도 높은 관요사기들은 유명경매에서 수억, 수십억원에 낙찰된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백자청화운학문접시>  

 

속이 시커먼자들이 약품으로 광을 죽이고 작품의 일부를 부식시키는 전문스킬(?)로  나같은 일반인을 작정해서 속일려는걸 어찌 간파할 수 있으리.

그리고 고미술 컬렉션이 대개는 제작기록이 없어 작자미상이 대부분인데 이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불리하다. 가령 요즘 유행하는 북유럽 빈티지 가구만 봐도 설령 유명하지 않은 디자이너 제품일 경우 거의 유사한 수준의 수종, 디자인, 사이즈의 작자미상 가구에 비해 몇배의 시세를 형성한다. 디자이너의 디자인 가치와 철학이 옥션, 전시회, 미술관을 통해 공론화되는 과정은 작품의 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반면, 현대작가들의 작품은 전통의 모티브에 모던한 감성을 담아 넓은 스펙트럼의 표현력을 보여준다. 또한 가격면에서도 인기있는 달항아리 작가들의 작품은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하고 이제 갓 몇번의 개인전시회를 한 신진작가들은 수십만원의 시세가 책정되는 등 그때그때 내 재정상황에 맞게 작품을 고를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장점은 위작을 고가에 구입할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

<강민수작가님의 달항아리 전시회, 인사동>


그래서 앞으로는 개인작가들의 전시회나 (주머니사정이 허락한다면) 국내옥션(K, 서울..)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서 우리부부의 취향과 우리집의 톤앤매너에 맞는 작품을 1년에 1개정도 구매해서 즐겨보려고 한다.(라고 말해놓곤, 이번주 주말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공예트렌드페어에서 두세점 급입양해올수도 ㅎㅎ)여백의 미가 절실한 한옥 홈스타일링에서 과도한 오브제 설치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점이 늘 딜레마이긴하다. 끙.

<사랑채 소파테이블로 쓰고 있는 나주반, 대림목공예> 

 

<요즘 덕질중인 아뜰리에 유지> 

 

<백암요 전시회, 갤러리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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