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5] 세상이 미쳐돌아간다고 우리까지 괴물이 될필요는 없잖아
회사에 아픈손가락 같은 동생이 하나 있다. 예전에 같은 팀에 근무했고 서로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며 생각과 고민을 나눈 인연으로 아직까지 친한 동생이다.
문제는 이녀석이 5년전부터 투자적으로 지독한 역선택을 해오고 있는데, 그간 내가 아무리 말려도 말을 듣지않더니 급기아 지금은 자산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황소고집임)
사실 내가 사회 초년생부터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온것이(실제로 투자도 해왔으며) 주위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지면서 부동산투자(혹은 실거주) 조언요청도 더러 받게 되었다.
당시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는 우월감에 도취되어 대상을 가리지않고 상대방이 원하면 입에 백탁이 생길정도로 내가 아는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곤 했는데,
경험적으로 내가 아무리 핏대를 세워 조언을 한들 듣지않을 사람은 듣지않고. 그냥 지나가면서 툭던진말도 누군가는 잘 캐치해서 투자에 성공하더라
그래서 지금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부동산투자조언을 잘 하지않는편이다. 최근 부동산 투자를 죄악시하는 사회분위기도 무시할수 없거니와 내 조언이 오히려 해가 될까봐 겁도난다.
이동생에게도 상담을 넘어 함께 집을 보러가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거의 2년간 이렇게 손을 내밀때마다 기꺼이 나의 정보와 에너지를 기부했다.
아무튼 이녀석이 고집이 매우 세고 자기 주장을 펼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나와 술자리든 사내메신저든 종종 논쟁아닌 논쟁이 벌어지는데(둘다 서로의 성향을 알기때문에 격하게 논박을 주고받아도 앙금같은건 남지 않음)
엊그저께는 금리인상에 대한 의견차이 때문에 좀 아찔한 기분이 들어서 글로 남긴다.
녀석은 지금의 자산가격(부동산, 주식, 코인) 상승의 원인을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증가를 지목했고, 금리를 올려서 자산버블을 막아야한다고 했다.
반면 나는 자산버블은 인정하지만 이것은 부양정책에 따른 어쩔수 없는 부작용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운 시국을 극복할수 있는 역사적으로도 거의 유일무이한 검증된 정책이라고 맞섰다.
그리고 (내가 애독하는 블로거의 논리를 인용하여) 만약 지금 섣부르게 금리인상을 한다면, 특정자산의 가격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에 비해, 최근 순자산대비 대출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1분위 계층의 가계비용을 증가시켜 그 피해는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질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 놈이 하는말이 "망할 사람들은 경제가 좋든 나쁘든 언젠간 망할텐데 무슨 걱정이냐"라고 헀고 나는 여기서 머리를 한대 강타당한듯한 싸늘함을 느꼈다.
아 이것이 요즘 벼락거지 등의 유행어로 대표되는 2-30대 박탈감의 근원이구나. 그리고 이 박탈감은 자기후회를 넘어 사회와 정치에 대한 증오가 되어가고 있구나.
동생의 이런 실언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많은 댓글에도 "어짜피 내가 망했으니 다같이 망해보자"와 같은 증오섞인 푸념을 보게되는데 한때 우리나라를 지탱한 단단했던 사회적연대감은 지금의 20-30대에 이르러 거의 소멸되어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긴 한옥으로의 이사를 결정하며 이번 자산시장 상승사이클은 어느정도 포기할 각오를 한 나조차도 가끔 내 선택에 대한 복기를 하는데, 자신의 현금자산이 순식간에 쪼그라드는걸 목도하는 무주택자들이야 오죽하랴.
급격한 자산가격의 상승, 특히나 삶의 기반으로서 가장 중요한 주택의 가격은 일반시민과 직장인을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나보다..
나또한 사회가 더 분열되기전에 (비록 그것이 나의 투자포지션과 반대방향일지라도) 자산가격상승이 어느정도 진정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하지만 이노무 '돈'이라는 녀석은 매우 영리하여, 가장 수익이 높은 곳(아파트, 주식, 코인)으로 먼저 모여들었다가, 수익이 낮은 곳(지방 빌라, 자영업자, 저신용자대출채권)을 가장 먼저 떠난다.
당장 내가 100만원의 여윳돈이 있으면,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하지 지방 구도심상권의 닭꼬치 사장님에게 투자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물론 투자용이성의 차이도 존재한다)
국민의 대부분이 요원하는 주택가격하락은 대출비중 80%인 저소득층의 지방빌라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될것이니 이 얼마나 가혹한 현실인가.
부디 내 가족지인들이 이 험난한 시기을 잘 견뎠으면 한다. 사회가 미쳐돌아간다고 우리까지 괴물이 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사실 경제 문외한인 우리눈에만 미쳐돌아가는것처럼 보일뿐 경제는 스스로 지극히 정상작인 인과율에 의해 작동되고 있을것이다. 경제시스템은 감정도 의도도 없다.
조금만 참고버티면 기회는 또 찾아올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정신적, 육체적, 자본적 건강을 유지해야한다.
형님 잘지내시죠?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구글검색해서 찾아들어왔어요. 예전에 해주셨던 조언에 대해서 요즘에 가끔씩 생각난답니다. (전 무주택자라..ㅎㅎㅎ) 그래도 마지막 문장이 크게 와닿네요. 건강히 잘 지내세요~ 언젠가 놀러가겠습니다 ^^ -행정-
답글삭제행~ 와 오랜만이네 제수씨랑 애기들도 잘 지내지? 검색까지 해주시고 영광이구먼 허허 에전에 발리 트립 갔던게 그립다. 언제쯤 다시 갈수 잇을런지... 서울오면 꼭 연락해! 코로나 조심하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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