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7] 삶의 목적




대학 2학년때였나? 뜨겁던 어느 여름날, 학교 앞 호프집에서의 뒷풀이행사가 내 기억속에 또렷히 남아있다. 졸업한 선배가 열댓명의 후배들 앞에서 본인의 취업성공기와 사회생활 영웅담을 늘어놓던 그런 흔한 자리였다. 대기업 로고가 박힌 명함을 후배들이 순서대로 하사품인양 공손하게 받는 세레머니는 필수코스다. 얼큰하게 취한 선배는 어깨가 잔뜩 올라간채 자신의 인생목표는 "40세까지 10억원을 모으는 것"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도 그런 목포를 가져야한다고. 겉으론 고상한 척, 중요한 순간엔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모순덩어리 나였지만, 그날 나는 다짐햇다. 내 인생목표는 절대 저런 소모적인 수치가 아닐거라고. 선배의 조언은 나에게 다른 의미로 귀중한 이정표가 되었다. 지금 나의 목표는 계량화할수도, 정형화된 실천방법도 없다. 최근 발견한 방법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소중한 가족이 내 옆에 새근새근 자고있는걸 확인하는 것, 창을 열어 하늘의 청명함을 음미하고 전깃줄 위 참새소리에 내 청각을 집중해보는 것. 마당에 서서 아직은 서늘한 봄바람이 뺨을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이땅에 '나'라는 생명의 존재를 상기해보는 것. 표리부동한 집단 속에서도 귀인을 식별해내는 안목을 갖는것 등등. 취업전쟁을 앞둔 후배들에게 소개하면 당장 그들의 입가로 하얀 미소가 번져갈, 지극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것들. 누군가는 '행복'이란 애매한 목표의식을 가진 나를 사회부적응자로 볼지도 모르겠다. 실은 그런 가벼운 시선에 무감각해질 수 있도록 내 자아를 곧게 세우것도 나의 '모호한 목표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단 걸 사람들은 절대 모르겠지.

댓글 없음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