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03] 300
정작 그것이 나에게 적용되었단 느낌을 받은 적은 살면서 거의 없었다
업무나 취미활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충동적이며 직관적인 기질탓에 계획적으로 뭔가 성취하는 과정은 의식적으로 피했던거 같다
특히 구체적으로 계량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여 달성한 경험은 살면서 겨우 2번 정도 있엇던 것 같다
토익 900점과 인스타 팔로워 1만명
다만, 오랜시간 꽤 간절하게 노력한 것에 비해 영 실력이 늘지않은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수영’ 이다
생긴거와는 달리 나는 신체 유연성과 협응력이 거의 없다시피하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나름 열심히 수영장을 다녔다 아침잠을 쪼개어 출근 전 컴컴함 새벽시간에 컨베이어 벨트 돌아가듯 순서대로 레일을 따라돌던 단체 강습시절이 너무 괴로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자유수영권을 끊어 혼자 연습한 시간이 많았다
내 한계는 명확했다 25미터 레일 1회 왕복.
누가 들으면 실소가 절로 나올 비루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시간 날때마다 집 근처 수영장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이게 수영을 하는건지 조난을 당한건지 헷갈리는 60분 가량의 시간을 보내고나면 상쾌한 기분이 들며 몸안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돌았다
마음 한켠에 늘 수영실력을 키우고싶다는 열망이 꿈틀거렸지만, (단체 강습은 싫고) 마땅히 1:1 수업을 받을 곳이 없어서 늘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러던중 얼마전 숨고를 통해 서울역 옆 봉래체육센터에서 개인강습 선생님을 만났다
총 8회 수업만으로 자유형에서 꽤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주 2회씩 퇴근후 자유수영권을 끊고 혼자 연습했다 조금씩 자세가 잡히고 호흡도 안정적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오늘, 가장 최근 기록이었던 편도 5회 기록을 깨고, 편도12회 기록을 달성했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숨이 트였다”라는 고수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 나에게 해당되는 말인것 같다는 생각에 다소 격양되기까지 했다
편도 8회를 도는 순간부터 가슴에서 무언가가 복받쳐올라왔다 괜히 수경안으로 눈물이 나는듯 했다 마지막에 수면으로 올라와서도 앞으로 체력안배에 집중하면 20회고 30회고 할수 있을것 같은 자신감마저 들었다(설레발)
20년전에 좋은 선생님으로부터 개인 강습을 받고 체계적으로 훈련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물론 다시 돌아간다해도 숨고같은 어플로 1:1강습을 받을 기회도, 유튜브에서 국가대표급 선수의 충고를 공짜로 받을 기회도 없었겠지만)
오늘은 내 인생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다
그래서 평소에 잘하지 않는 성적 인증샷을 남긴다ㅎㅎ
지금 이 감정을 꼭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고작 300미터…. 겠지만,
나에겐 거의 처음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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