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 퍼펙트 데이즈 감상후기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의 공공 화장실 청소용역업체의 직원이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콧수염도 멋있게 기른 중년의 나이지만 가족없이 허름한 2층 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는 강박적으로 루틴을 지키는 사람이다. 아침에 기상해서 출근 준비를 마치면 집 앞에서 기지개를 펴고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사서 마신다. 출근길 자신의 미니봉고 안에서 80년대의 노래를 카세트 테이프로 감상한다. 밤새 더럽혀진 공공화장실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거울로 비춰가며 그야말로 ”완벽하게(perfect)” 청소한다. 퇴근 후 목욕탕에 들러 쇄신을 마치면 역 근처 노포에서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독서를 하다 잠이 드는 식이다. 그는 그의 루틴이 완성될 때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다르게 때때로 예상치 못한 순간과 맞닥드린다. 충동적이며 무책임한 젊은 동료가 돈을 꿔달라고 닥달하거나, 갑자기 무단결근을 하고, 몰라보게 자란 조카가 가출해서 찾아오는 등의 사건들이 발생한다. 히라야마는 그러한 순간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자신의 루틴으로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마치 고무줄을 늘리면 금새 다시 줄어들 듯. 말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표현이 절제된 그이지만, 그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서 밀어내려했던 가족의 등장이나, 남몰래 연정을 품었던 술집 여주인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영화는 세상에는 ‘완벽한 날들‘이 따로 존재하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목의 ‘퍼펙트 데이즈’는 반어법에 가깝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상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불편한 순간들도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감독은 영화의 끝자락에 인생을 ‘코모레비’(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에 비유하며 매 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본어 코모레비와 비슷한 뜻의 ‘볕뉘‘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다. 특정한 형태의 볕뉘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그 형태가 나에게 불편하거나, 고통스럽더라도 삶의 밝은면 어두운면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는 단단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추천지수 4.8/5.0
(-0.2 감점 이유는 마지막 씬에서 주인공의 슬픈듯 기쁜듯 표정연기가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서ㅋ 하지만 광화문 시네큐브 관람객들의 매너는 최고 였다 엔딩크레딧 다올라 갈때까지 거의 아무도 이석없이 함께 영화의 여운을 즐기는 것은 이 극장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이다)
영화 리뷰만으로도 영화가 보고싶어지는 멋진 리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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