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주택 이사 프로젝트 #2(Feat. '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황인범 지음')


네이버 블로거이신 미르아빠님의
'북촌한옥마을 한옥살기' 포스팅에서
소개되었던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전 서울대교수인 로버트파우제(건축가)와
황인범(대목수)님의
서촌 한옥주택 대수선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다.

한번 읽자마자 재밌어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으니 
총 2회독을 한셈이다.

 한옥에 막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나에겐
너무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었다.




약 11평의 구옥을 1.5억원을 들여 대수선했다.
한옥지원금을 받기 위해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맞추면
 평당 1000 ~ 14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반면 지원금 없이 약식으로하면 
평당 400~500이라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지원금을 받던 아니던 
건축주가 부담해야할 비용은 비슷해진다.)




한옥 뿐만 아니라 주택수선을 위해서는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신혼집 아파트인테리어 하는 중에
업체와 얼굴을 붉혔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실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도심형한옥'은
'전통한옥'이라고 부르기 힘들다.

그러면 이런 전통한옥이 아닌 일명 '집장사한옥'은
어떤 철학으로 고쳐야 할것인가?

애초에 전통주택이 아닌 양식을 
전통에 무리하게 맞추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이건 정말 아무리 고민해봐도 답이 안나온다.




한옥은 흙과 나무로 지은 친환경집이다.
그래서 나무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중요하다.

필자는 '나무의 마음. 나무의 생명'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바로 주문했다.
독서는 독서를 낳는다.




이책의 서평을 쓰기로 마음 먹으면서
한옥주택 수선에 관한 정보를 요약하려고 했다.

하지만,
'빠르고 섬세한 목수는 없다'
이런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격언은
기록하지 않을수가 없다.




한동안 한옥에 빠져들면서
스스로도 어려워했던 질문,

"나는 왜 한옥에 끌리는가?"

"친환경이라서? 개성있어보여서?... 음"

한동안 그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었다.

평생을 깍두기같은 양옥, 아파트만 보고 살다가
'한옥의 곡선, 그 아름다움'을 보고 있으면
 말할 수 없는 충일감에 잠긴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




우리 조상들의 집의 개념은 '내집'만 있는게 아니었다.
집은 "앞집, 옆집, 뒷집"과 함께 존재했었다.

현재의 집은,
 그냥 같이 관리비를 내는 정서적 무인도 사람들이
모여사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하다.




집주인이 친하면 지붕도 친해졌다고한다.




좋은 집은 무엇인가?
우리가족에게 잘 맞는 집이다.
우리가족에 대한 이해도는 누가 가장 높나?
바로 나다.

당연하게도,
좋은 집은 누가 알아서 지어 주지 않는다.




한옥의 기와는 아름다운만큼 비싸다.






양식은 '근대한옥(전통한옥 아님)'이지만,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21세기 문명인이다.

이상과 현실의 타협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수납공간'이다




파우제 교수는 띠살창호를 싫어한다고 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다.

가뜩이나 처마가 집 내부로 들어오는 채광을 많이 막는데
창호까지 촘촘히 하면 너무 어둡다.


  

한옥내부에는 창(window)과 문(door)의 개념이 없다.
이 얼마나 재밌는 건축적 요소인가?




한옥은 돌도 중요하다.
요즘에는 중국산이 국내산의 80% 가격에
비슷한 품질로 유통된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원금 최대 9천만원,
무이자 융자금 최대 9천만원(우리은행)을
지원하지만,

그 가이드라인에 맞추면, 
공장에서 찍어낸듯한 한옥이 나온다.

전통을 지키기위해 생긴 규제가
근대건물양식의 개성을 파괴한다.

 딜레마.




노인=장인, 너와 나의 깊은 편견.

고령의 사기꾼도 있고, 젊은 장인도 있다.




좋은 종이를 얻고자한다면
인사동에 가서 닥 100% 한지를 달라고 하면 된다

세계최고의 종이를 살 수 있다.




한옥의 지붕선은..... 예술이다.




누마루는 유교사상 하에 집 안에서 남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남자전용 놀이방)

사실 좁은 '도심한옥'에 누마루는 사치라고 느껴진다.

와이프와 이 부분에 대해서 토론한적이 있는데,
파우제 교수의 경우는 솔로라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하는 결론을 내렸다.

혼자사는데 별도의 공간이 필요없는 것이다.

만약에 가족이 있고 애들이 있다면?




다락을 넣으면 스마트한 수납공간이 생기지만
동시에 천장의 서까래가 가려진다.

이 또한 현실과 이상과의 타협지점.




나 또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100% 입식생활을 하지 않는다.
음식을 거실 좌식테이블에 차리고 
양반다리를 한채 식사를 한다.

반면 현대식 부엌은 또 입식이다.

아일랜드식탁이 거실과 부엌의 경계선 역할을 한다.

근데 거실로 가면 입식과 좌식이 혼재되어 있다.

하지만 한옥은 좌식생활에 최적화된 주택양식이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어렵다ㅠㅠ




서울에 한때 10만호의 한옥이 있었는데,
현재는 8천호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외국에 가면 문화재나 전통양식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안타까울때가 있다.

전통의 파괴에 대해서
때론 외국인들이 더 크게 느끼는 경우도 많다.




한옥밀집지역의 한옥에서 살아보라고 조언한다.

그럼 서울 시내에 한옥이 많은 동네는 어디에 있는가?




말해뭐해, 북촌 아님 서촌이다.




옛날 기준 자료이다.
현재는 9천만원(현금)+9천만원(융자)까지 지원된다.




책을 절반쯤 읽었을때쯤,
완공된 집은 얼마나 이쁠까 하는 기대감에,
마치 시험지를 컨닝하듯
인터넷 검색창에 '어락당'을 쳐보았다.

헉. 근데 검색 결과,
파우제 교수가 이렇게 고생해서 지은 한옥을 팔고
고향 미시건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

한옥을 지었다고 평생 소유해야하는 의무는 당근 없다.

하지만, 한옥에 대한 특별한 철학과 열정을 가진
건축주와 시공자였다면, 

좀 더 그 가치를 알아볼 줄 아는 사람에게
넘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어락당은 '기비하우스'라는 이름의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원색의 이질적인 인테리어소품을 보고
이 책을 읽은 보람의 절반이 눈녹듯 사라졌다.





황인범 도편수는 계속 집을 짓고 계신다.



<좌식과 입식 사이>

이 책이 나에게 던져준 가장 큰 과제는,
"앞으로 입식으로 살것인가? 
아님 좌식으로 살것인가?" 이다.

좌식은 익숙하면서 불편하고,
반대로 입식은 어색하면서 편리하다.

나에게 소파는 앉아있는 공간이라기보단
주로 누워있는 공간이다.

밥을 먹을때는 거실바닥에 앉아서 먹는다.

만약 집들이를 한다면 손님들을 위해
좌식으로 세팅을 해서 음식을 제공할 것이다.

와이프는 커다란 입식테이블을 갖고싶어한다.

이처럼 우리는 입식과 좌식 그 어디쯤에서 살고있다.

한옥주택으로 이사가기전에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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